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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 낮달맞이꽃 본문

커미션/완성글

[이루] 낮달맞이꽃

글쟁이문어 2019. 6. 6. 15:03

* 공개 여부에서 공개를 선택하여 비번이 걸려있지 않습니다.

* 수위요소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이루/오지룬워] 낮달맞이꽃

 

 

#1.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무작정 놀러 온 어느 시골의 첫 날은 피어오르던 호기심을 전부 충족시켜줄 정도로 흥미로운 곳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시간만 믿고 달랑 몸만 온 터라 막차나 숙소를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필 일기예보도 보지 않아서 밤에 비가 내릴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 날은 유난스럽게 맑은 날씨였기에, 밤에 비가 내릴 거라는 의심은 한 치도 할 수 없었었다. 우산도 없이 이미 문이 닫힌 시장골목을 돌아다니기엔 너무 깊은 밤이었다. 달빛이라도 밝았더라면 도움을 요청해봤겠지만, 비가 오는 날의 어두운 구름은 한 줌의 달빛도 양보하지 않았다.

 기차역도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되었다. 역 말고 비를 피할 곳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다가 낮에 본 마을 회관의 정자가 떠올랐다. 그곳이라면 괜찮을 거라 믿으며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아 가봤지만 결국 굵어지는 빗줄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좀 가늘어 지려나...”

 굵어지는 빗줄기를 피하려 근처에 있는 집 처마 밑에 들어갔었다. 정자까지는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데 손을 뻗어 만져보는 굵은 빗줄기는 가늘어 질 세가 없어 보였다. 비를 맞아 더 춥게 느껴지는 이 밤에 발을 동동 구르며 그곳에 얼마나 있었던가.

 거기 누구 있어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굵고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현관 밖으로 나온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추위에 몸이 달달 떨리던 그 날 밤이 당신과의 첫 만남이었다.

 

#2.

 문이라도 두드리지 그러셨어요...”

 혹시 주무시고 계실까봐... 큰소리 나면 옆집에도 민폐일 테고...”

 “그래도 외지에서 오셨는데 감기 걸려 가시면 안 되시잖아요...”

 당신은 내게 커다란 수건과 따뜻한 차를 내어주셨다. 덕분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몸을 진정시킬 수 있었고,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당신과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주로 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당신은 나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럼 주무실 곳은 없으신 거죠?”

 ... , 마을 회관 앞에 정자가 있던데!”

 “거기서 주무실 생각이셨어요...?”

 하루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죠! 내일이면 갈 텐데.”

 ... 있으실 계획은 없고요...?”

 더 있고 싶어도 정해놓은 숙소가 없어서 무리에요. 아직 안 가본 곳이 더 많긴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곳인 줄 알았으면 작정하고 일주일 계획 세워두는 거였는데, 그 부분이 아쉽게만 와 닿았다. 차를 다 마시면 우산 하나를 빌려 잘 곳을 향해 갈까 생각했다. 우산은 내일 가기 전에 돌려드리면 되지 않을까?

 괜찮으시면... 여기서 주무셔도 되는데...”

 ?”

 며칠씩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더 즐기셔도 돼요.”

 “정말요...?”

 대답대신에 끄덕임을 받고 기분이 하늘로 붕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이런 게 바로 시골 인심이라는 것일까. 이것을 직접 받고 나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 때문에 불편한 것이 분명 있을 텐데... 그 생각에 다시 추욱 쳐지자 당신은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가족 분들이라든가, 불편하시지 않을까요?”

 “... 혼자 삽니다.”

 “혼자요?”

 “... 나이는 찼는데 아직 미혼이라...”

 . 그러셨구나...!”

 “...그러니 걱정 마시고 편히 있어주시면 좋겠어요. 잘 곳은 저기 안 쓰는 방 드릴 테니까...”

 당신은 대답을 중얼거리듯 하고 일어나 가리켰던 방으로 느릿하게 걸어갔다. 그리곤 조금 치워야겠네, 라고 중얼거리며 당신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있는 내내 물어보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나는 살풋 웃으며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이치마츠.”

 “아아, 이치마츠 상, 이시군요.”

 이치마츠. 이 고마운 사람의 이름을 내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잊고 싶지 않아서, 한 번 더 되뇐다.

 이치마츠.

 

#3.

 “오늘은 어디로 갈 거예요?”

 당신의 집에서 머문 지 보름이 지났다. 당신은 정말 순박하고 순수한 시골청년이었기에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런 당신 덕에 나는 정말 아름답던 나날들을 보내 수 있었다. 도시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들. 그곳에선 볼 수 없었던 정겨움. 돌아가서도 계속 기억에 남을 추억들.

 “오늘은... 꽃밭에 갈까 생각 중이에요.”

 “꽃밭이요?”

 이맘 때 쯤 피는 아주 예쁜 꽃이 있어서...”

 예쁜 꽃이 핀다는 말에 설레어 얼른 가보자고 재촉하자, 텃밭에 물만 주고 가자는 당신의 말에 같이 물을 주고-물장난을 했던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되겠지-꽃밭으로 향하였다.

 그곳은 분홍색의 꽃이 드넓게 피어있었다. 가까이 가서 한 송이를 바라보니 꼭 나를 반가이 맞아주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예쁜 꽃이 피어난 곳을 또 볼 수 있을까. 꽃에 마음을 빼앗겨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

 “‘낮달맞이꽃이에요.”

 “낮달맞이꽃이요?”

 “보통은 노란색으로 피는데... 여기는 분홍색으로 피어나더라고요.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밤에 피어나는 달맞이꽃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낮에 피는 달맞이꽃이 있는 줄은 몰랐다. 낮에도 달을 맞이하는 꽃이었기에 그리도 나를 반기고 있었을까.

 “고마워요...”

 “뭘요... 천천히 봐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한 송이의 꽃에 담긴 향을 한껏 들이켰다. 이 아름다움을 한 장의 추억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자 당신이 떠올랐다. 같이 찍으면 좋을 거 같아서. 나는 당신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치마츠 상-!”

 멀리 있는 당신을 불러보았지만 듣지 못했는지 나를 보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있기에 보지 않는 건지. 치솟는 궁금증에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뭐해요?”

 ... 구경 다 했어요...?”

 “저 이치마츠 상이랑 같이 사진 찍고 싶어서 왔어요!”

 “사진이요...? 저는 사진은 별로...”

 “하지만 제가 같이 찍고 싶은 걸요?”

 “...그럼 이것만 잠깐...”

 “뭘 만드시는데요?”

 내 질문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결국 묻는 걸 포기하고 당신 곁에서 꽃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뭘 열심히 만들고 있는지는 몰라도 끝나면 바로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다 됐다...”

 당신의 말과 동시에 무언가가 내 머리 위에 씌워졌다. 머리에 씌워진 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야 무엇을 만들고 있었는지 다 보고 있었는걸.

 “예쁘네요...”

 이거 만들어 주려고 그렇게 모른 척 했어요?”

 저 커다란 손으로 열심히 꼬물꼬물 만든 것은 아마도 어여쁜 화관.

 “모른 척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닌데...”

 그 말에 피싯 웃으며 그를 쓰다듬었다. 이 덩치에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걸까?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리와요.”

 안아줘요. 그렇게 말하는 듯이 팔을 뻗어 보이니 머뭇거리던 당신의 손이 천천히 나에게 닿았다. 나는 당신의 품속에서 당신을 가득 끌어안았다.

 나 얼마나 예뻐요?”

 “...아주 많이...”

 “정말요?”

 당신은 말없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이걸 행복이라고 명명한다면 나는 분명 행복한 것이라 생각하며, 당신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더 예쁘게 만들지 못해 미안해요.”

 “안 예쁠 리가 없어요. 당신이 예쁘다고 말해주었잖아요.”

 그건 룬워가...”

 예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볼에 장난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이미 붉어진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눈에 담겼다. 그것이 너무 예뻐서 또 입을 맞추어주었고. 그렇게 몇 번의 뽀뽀세례가 이어지자 부끄러웠는지 안아주던 팔을 풀어 얼굴 가리기에 급급해보였다.

 알겠어요. 이제 안 할 테니까-”

 대신 손을 내밀어 보였더니 한참을 바라보다 슬며시 잡아주었다. 그렇게 손을 꼭 잡고 있다 보니 사진 찍기로 한 게 번뜩 떠올랐다.

 이치마츠 상, 우리 사진 찍어요!”

 당신의 손을 잡아끌었다. 사진 속 당신과 나는 분홍빛 꽃을 배경으로 둔 채 붉게 물든 얼굴로 나란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귀여운 사진에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여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좋아해요.’

 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화면을 꺼버렸다. 더 이상 아무생각도 나지 않도록. 그저 오늘 하루도 추억의 파편으로 남을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분홍색 낮달맞이꽃 앞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었다.

 

#4.

 내일 돌아갈까 생각 중이에요.”

 언제 말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꽃밭을 다녀온 저녁에 말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고 판단했다. 당신이 더 좋아지기 전에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헤어질 때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하고 또 생각했다.

 그래서 당신에게 내 뜻을 전했다. 내 눈에는 적잖이 당황한 당신의 표정이 그대로 담겼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아직 보여줄게 한참 남았는데... 당신이 중얼거렸다.

 나도 더 보고 싶은데. 그 대답은 애써 삼켰다.

 “오늘은 여기서 잘래요...?”

 “?”

 “, 아니... 그냥 옆에 있다가 조곤조곤 이야기도 나누고... , 불편하시려나...”

 당신의 머뭇거림에 작게 미소 짓고는 당신의 손을 잡아주었다. 당신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당신은 내게 미소 지어주었다.

 “이불 가져올게요.”

 우리는 처음으로 합방을 하게 되었다.

 당신의 옆자리에 이불을 깔고 누워 위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보이는 천장과는 사뭇 다른 간질간질한 느낌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폭 뒤집어써버렸다.

 “그렇게 덮으면 숨 못 쉴 텐데...”

 언제부터 바라보고 있었는지 커다란 손이 덮어두었던 이불을 끌어내렸다. 그러자 다시금 마주치는 시선에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두워도 얼마나 선명하게 보이던지. 당신의 입술 정도는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키스... 해도 돼요?”

 무슨 충동으로 물어본 건지, 말한 나도 들은 당신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조금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도 나름 용기 있게 물어본 건데 대답은 해줘도 되지 않나. 조금 삐지려고 할 때 쯤, 당신의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해도 괜찮을 거... ..은데...”

 어떤 대답을 할지 저리 고민하다가 말한 거였을까. 당신의 뺨을 부드러이 감싸며 다가가 입맞춤을 해주었다. 낮에 퍼부어주었던 입맞춤보다 훨씬 진하고 긴 키스였다. 느껴보지 못한 감각에 마음속 간질거림이 성화를 냈다. 그건 혹시 당신도 마찬가지였을까. 당신의 커다란 손이 내 등을 덮어 간질이고 있었다.

 “...혹시 싫어요...?”

 덩치에 맞지 않게 아기 고양이 같은 귀여움으로 물어보면 단호히 말할 수도 없었고. 사실 그리 싫지도 않았고... 본심을 숨기기엔 내가 너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싫지 않아요...”

 이미 좋아하고 있는 걸요. 그런 당신을 이렇게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당신을 가득 안으며 마음으로 외쳤다. 당신의 손길이 닿는 목에, 가슴에, 배에, 다리에 빨간 열꽃이 피어오를 때 마다 그 말이 하나씩 마음에 담겼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도,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데도 나는 그 한 마디 내뱉기가 어려웠다.

 아프진 않아요...?”

 간간히 물어오는 다정함에 더 만져달라며 당신을 붙잡았다. 조금 더 당신이 나를 탐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당신을 가까이 두도록. 나는 그렇게 당신을 꼬옥 안았다.

 쾌감에 젖은 숨소리가 들려올 때, 다정한 손길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자 당신을 조심히 바라보았다. 내 눈에 비친 당신은 내 아랫배 그 밑에 시선을 두고 굉장히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망설이고 있는 걸까.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어쩌면 처음 보는 곳이어서 감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차가운 시선보다는 따뜻한 손길을 원했다.

 거기... 만져줘요...”

 내 말을 들었는지 당신의 손이 내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그곳에 닿았다. 조심스럽게 닿은 손가락이 기분 좋게 어루만져주자 참을 수 없는 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 넘쳤다. 그것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움직이던 손도 흥분을 못 이겨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 안쪽도...”

 새어나가는 신음을 삼키며 간신히 말하자 손가락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 하나조차도 첫 경험이었던지라 아픔을 호소하며 눈물이 고였다.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는지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은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멈추지 말아요...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전하자 안에 들어온 손가락은 이내 내벽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거기... 그곳...”

 당신이 민감한 부분을 건들이자 어느 세 울먹임은 쾌락에 젖어들었다. 당신은 그곳을 지긋이 눌러주었다. 기분이 좋아서 몸을 비틀거리며 배배꼬자 커다란 손이 나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밑에서 간질이던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아쉬움에 휩싸여 더 만져주기를 바랐다면 믿어주었을까. 헐떡이는 숨을 몰아 내쉬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또 망설임이 역력한 표정이 보였다. 할 때마다 저렇게 망설이면 정말 어떡하려고. 살풋 웃으며 당신에게 팔을 뻗었다.

 넣어 주세요...”

 손가락이 빠져나왔던 곳에 그것보다 더 큰 것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왔는지 당신은 내게로 몸을 숙여 내가 뻗은 팔 안쪽으로 들어와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좋아해요...”

 내 귓가에서 울리는 당신의 목소리와 안쪽으로 깊이 들어오는 압박감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토록 먼저 해주고 싶었지만, 그만큼 할 수 없었던 말을 당신에게서 먼저 듣자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했던 말들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나도... 나도 좋아해요...”

 한 마디가 틈을 내자 봇물 터지듯 당신을 향한 고백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신과 함께 했던 나날 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이 감정들이, 그렇게나 숨기려 애썼던 마음들이 당신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어요...”

 그 와중에 들려오는 당신의 말은 여전히 날 녹여주었다. 안쪽도 귓가도 당신의 열에 녹아내리려 할 때 쯤, 당신은 천천히 움직이던 허리 짓을 멈추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최고의 절정을 맞아 행복의 극치를 달렸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이 밤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그리 생각하자 내 옆에 누워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를 사랑해주려고 했던 한 사람. 난 이 감정을 더 이상 추억에 묻히기 싫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라고 내게 속삭여 주었다.

 

#5.

 그만 가볼게요.”

 챙겨왔던 짐은 없었지만 와서 얻은 것이 더 많은 여행이었다. 이미 커다란 한보따리가 양손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천천히 가도 괜찮은데...”

 “막차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혼자 갈 것이라 했는데 그는 기어코 짐을 들어주겠다며 내가 가는 길을 끝까지 배웅해주었다. 덕분에 이곳까지 무겁게 오지 않을 수 있었지만.

 고마워요...”

 당신의 배려는 여전히 따뜻하기만 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따뜻함. 곁에 두고 싶은 따뜻함. 그런 당신만의 따뜻함이 나에게 온 가득 흘러 나왔다.

 “겨울 방학에 오실 거죠...?”

 “. 꼭 올 거예요. 당신 만나러.”

 사랑을 고백하던 그 전 날 밤. 나는 당신과의 헤어짐이 슬픔만을 표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 당신을 또 다시 만날 거란 기약으로 깊이 새겨졌다.

 “이거...”

 ?”

 당신의 커다란 손이 내게 수줍게 건넨 것은 작은 꽃다발이었다. 나는 그 꽃이 무슨 꽃인지 알고 있었다.

 “낮달맞이꽃이네요.”

 “... 꼭 가기 전에 주고 싶었어요.”

 꽃다발을 조심히 받아 들었다. 색색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는 꽃들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당신이 내게 준 것이라 더 그런 것이었을까.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라고 하더라고요...”

 “...”

 “당신을 기다릴게요.”

 그 말을 하며 미소 짓는 당신은 정말로 멋져 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안기고 얼굴 이곳저곳에 뽀뽀세례를 퍼부어주었다.

 “히히... 사랑해요...”

 “. 나도 사랑해요...”

 이 순간이 영원히 멈추었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만 갔다, 정말로 갈 시간이 되자 당신은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나를 놔주었다.

 “잘 다녀와요.”

 “. 겨울에 만나요.”

 짧으면 짧았고 길면 길었던 당신과의 추억이 꽃다발에 가득 담겼다. 기다림을 속삭이는 꽃에 추억을 가득 담아놓고 당신이 보고 싶을 때 하나씩 꺼내볼 것이다. 당신도 나를 기다리는 만큼 나도 당신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