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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설] Pigritia
「 네가 나른해지기 시작하면, 너는 나의 끝도 없는 잠에 빠져들지도 모르지. 」
“많이 졸려?”
“그래 보여?”
“응. 졸려 보여.”
너는 네가 졸린 지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사실 졸려 보인다는 건 거짓말이다. 졸려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모르겠는 천진난만한 눈빛이다. 그러나 나는 너를 꿈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온갖 말을 꾸며내고 있다.
“지금 낮이잖아. 물론 밤에 자는 것이 맞지만 사실 인간은 점심 먹고 한 번 자주는 게 건강에 더 좋다고 들었는데.”
“그래?”
“게다가 상추 먹으면 더 졸린다고 하던데. 점심 뭐 먹었어?”
“...상추쌈.”
“그렇지? 그러니까 좀 자는 거 어때?”
이 말 저 말 지어내며 찔러보자 이내 너는 정말 졸린 사람처럼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입을 가려 크게 하품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졸릴지도...”
“응. 좀 자는 건 어때?”
“응, 그럴래.”
불필요한 나른함에 집어 삼켜지자 너는 내 품에 안겨 잠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더 이상 불필요한 나른함이 아니지. 쓸데없는 잠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니까 이건 분명 나태다.
“그래도 너의 나태함이 난 필요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자각하지만 않아서 멋대로 이용할 수가 없는 것뿐이지, 인간은 원래 상상하는 건 진짜로 믿기 때문에 꿈속은 너의 또 다른 세상이 된다. 네가 신이 되는 세상, 그 세상에 발을 들이게 하는 것이 내 할 일이다. 그 이유는 오로지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잘 자. 부디 나를 위해서.”
너의 무한한 꿈은 나의 양식이 되어준다. 계속 그러기 위해서 너는 잠을 자야한다. 왕자님이 입맞춤을 해도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깊이, 아주 깊이 잠에 들어야 한다.
“좋은 꿈 꿔.”
악몽은 나한테도 무리니까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꿈만 꾸길 바라. 너를 꼭 끌어안고 머릿결을 매만져 주었다. 이렇게 건드려도 잠에 안 깬다면 합격이야. 네가 눈 뜬 다음에도 내가 있길 바라며, 너는 보지 못할 어울리지도 않는 미소를 살짝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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