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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오] 천천히, 5일 동안.

글쟁이문어 2019. 6. 1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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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오] 천천히, 5일 동안.

 

 

월요일, 기침이 멈추지 않은 날

 

 콜록 콜록. 이제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인데 이상하게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몸은 춥지 않은데 언제 감기에 걸린 걸까.

 “, 서천쨩 감기 걸림?”

 “그런가봐... 몸이 춥지는 않은데...”

 “- 그럴 수도 있지- 어디서 에어컨 바람이라도 많이 쐬고 온 거 아냐?”

 “쐬고 올 곳이 있어야...”

 “그건 그렀네. 파칭코 돌리러 가면 짱 시원-!”

 “아니, 갈 생각 없고. 그런 아재들이 가는 곳은 오소마츠만 가면 되잖아?”

 “, 아재라니-!! 말이 너무 심하쟌-!!!”

 “하지만 정말인걸~”

 내 말에 표정을 찡그리며 투덜대는 오소마츠가 귀여워보였다. 입 꼬리를 올리며 쿡쿡 웃어보이자 찡얼거리던 오소마츠도 그세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좋아~ 원래 파칭코 하러가려고 했지만, 오늘은 서천쨩을 위해 오소마츠 특별 간호서비스를 해주도록 하지!”

 “- 없는 게 더 도움될 거 같은데-”

 “~ 거절은 거절합니다~”

 “완전 자기 마음대로잖아?”

 “원래 마음 끌리는 대로 하는 거라구~ 몰랐어?”

 “뭐냐고 정말-...”

 대답은 이래도 오소마츠가 간호해준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프다는 이유로 직접 간호도 해준다고 하고. 기뻤다. 그가 옆에 있어준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이었다.

 “형제들이 아파도 이렇게 간호해줘?”

 “~~~”

 “정말?”

 “우선 녀석들의 약을 사기 위해 지갑을 먼저 가져가는 거지!”

 “그걸로 파칭코 돌리는 건 아니고?”

 “서천쨩 대체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그 돈으로 파칭코를 돌린다고?”

 “그럼 정말 약을 산단말야?”

 “! 마권으로 번 돈으로~”

 “뭐냐고! 결국 형제들 돈을 경마에 쓰는 거냐고!”

 “그쪽이 훨 좋쟌?”

 “하나도 안 좋거든! 난 제대로 옆에 있어줘야 하거든!”

 “네이네이- , 따뜻한 차 끓여줄게. 누워있을래?”

 “...!”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조심히 누웠다. 부엌에서 차를 끓이고 있을 오소마츠를 생각하고 있으니 제대로 간호해줄 마음이 있어보여서 기뻤다. 그에게 제대로 사랑받고 있는 거 같다고 해야 할까. 이건 이거대로 너무 좋은데.

 “, 차 끓여왔어-”

 “, 고마워!”

 그가 타다준 차가 무척이나 따뜻했다. 이런 차라면 얼마든지 마셔도 좋을 것만 같았다. 아픈 건 싫지만 이왕이면 오래 아팠으면. 너에게 계속 간호 받고 싶은 욕심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그나저나 이거 무슨 차야?”

 “아아, 데카판에게 받아왔어. 감기에 좋다나봐.”

 “헤에...”

 천천히 다 마시고 나니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나른해서 그런 걸까. 느릿하게 눈을 꿈뻑거리니 그가 빈 잔을 들고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졸리면 한 숨 자도 되고. 나 어디 안 갈 테니까.”

 “... 그럼 옆에 있어주기야.”

 “물론이지~”

 잠들기 전까지 그에게 초점을 맞추어 두다가 눈을 떴을 때도 그가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며 스르르 잠이 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화요일, 숨쉬기 곤란한 날

 

 컥, ...! 갑자기 가슴께에 오는 통증에 놀라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가슴이 턱 막혀서 숨이 안 쉬어지는 기분에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 서천쨩. 괜찮아?”

 “오소마츠으...”

 “식은 땀 엄청 흘리고 있길래 닦을 거 가져왔는데...”

 “...고마워.”

 그는 내게 다가와서 이마를 살살 닦아주었다. 손길은 매우 좋았지만 여전히 숨쉬기는 힘들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려고 해도 호흡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몸이 원하는 만큼의 산소가 들어오지 않는 기분이었다.

 “왜 그래...?”

 “숨을... 못 쉬...겠어...”

 꺽꺽 거리며 간신히 말을 하자 그의 손이 내 등에 닿았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쓸어주기 시작했다.

 “천천히, 천천히 쉬어봐.”

 천천히 쓸어주는 손에 맞추어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러자 아까보다는 조금 숨쉬기가 쉬어졌다.

 “좀 괜찮아졌어...?”

 “.... 아까보단 괜찮아진 거 같아.”

 여전히 원하는 만큼의 산소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몸이 진정 되었는지 규칙적으로 호흡할 수 있었다. 오소마츠 덕분이지 않을까. 손길도 그렇고 쓸어주는 간격도 그렇고. 확실히 진정될 수 있었으니까.

 “차 마실래? 약도 조금 있는데...”

 “무슨 약...?”

 “감기약이랄까나.”

 “...그래?”

 그가 건네준 차와 약을 받아들었다. 감기. 그러고 보니 기침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그저 숨쉬기가 힘들었을 뿐이었으니까.

 “감기는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먹어봐. 일단 하루 정도 더 있어보고. 그래도 아프면 그 때 병원 가보자. ?”

 “...그럴까?”

 “. 그러자-”

 나도 아직까지는 의사의 말보단 네 손길을 더 받고 싶었나보다. 네 말에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차를 함께 마셨다. 몸이 따뜻해지자 호흡하기가 느려졌다. 훨씬 더 안정적인 호흡이 다시 나른하게 만들었다.

 “졸려?”

 “조금...?”

 “그럼 자.”

 “하지만 아까 깼는데...”

 “뭐 어때, 환자는 그 정도는 사치 부려도 괜찮쟌?”

 “그래 그럼...”

 스르르 눈이 감겼다.

 

 

수요일, 피가 멈추지 않은 날

 

 “서천쨩, 좀 어때...?”

 “어제보다 나을지도...”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몸이 어제보다 더 아프다는 걸 알았다. 숨을 못 쉬는 거 보다 나은 상태지만 콜록 거릴 때마다 폐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기침 소리가 첫날보다 심한 거 같은걸...”

 “... 괜히 오소마츠에게 옮기는 거 아냐?”

 “- 이와 중에도 내 걱정해 주는 거~?”

 “, 같이 누워있게.”

 “그런 이유였냐구~ 나 누워있으면 서천쨩은 누가 간호하라구~?”

 “뭐야... 간호해줄 생각은 있었던 거야?”

 “당근!”

 “그거 기쁘네...”

 콜록, 콜록.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고 나니 무언가 손에 묻어났다. 혹시 목에 걸린 가래였을까. 닦을 생각으로 휴지 몇 장을 뽑아 들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빨간 무언가가 손 위에 얹혀 있었다.

 “.”

 “왜 그래? 뭔데 뭔데?”

 “... 인데...?”

 “? ?”

 폐가 갈기갈기 찢어질 거처럼 기침을 해대더니 결국 정말 찢어진 것이었을까. 그럼 심각한 거 아냐? ? 폐가 지금 찢어진 건데? 그래서 피가 이렇게...

 “쿨럭... ... ... 커헉...”

 한 번 뱉은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뱉은 피도 멈추지 않고 기침과 같이 흘러 나왔다. 흘러내리는 것을 받치고 있던 손이 그게 가득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색 때문에 무서워진 감정이 손을 부들부들 떨게 해서 담아 두는 것도 흘러 넘쳐 아래로 줄줄 흘러나왔다. 시뻘겋게 번져가는 이불에 바닥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우왓, 출혈 엄청나...! 뭐야 이거 안 멈춰?”

 “...... 커흑... 쿨럭...”

 “, 잠깐 바가지 바가지...”

 오소마츠는 급하게 담을 것을 가져와서 내 앞에 놓고 내 등을 쓸어 주었다. 다시금 느껴지는 다정함에 정신이 빼앗기듯 기침 소리가 잦아들었다.

 “, 좀 멈췄네? 좀 나아졌나보다!”

 “헤에... 내 피인데, 그냥 삼킬 걸 그랬나.”

 “, 그거 잘못 삼켜서 기도로 다시 넘어가면 큰일 아님?”

 “그러려나...”

 사실 아직도 목에 걸리는 기분이지만 아까보단 나아져서 식도 쪽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피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진 것에 많이 당황했지만, 내일은 꼭 병원을 가는 쪽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 마실래?”

 “정말... 끊임없이 요구하네...”

 “뭐어, 서천쨩이 얼른 나아주면 좋겠고...”

 “...그래. 그 마음가짐은 합격이야.”

 “? 고작 합격점?”

 “상으로 내일 병원 같이 가게 해줄게.”

 “흐음-, 뭐 그래. 내일은 나아질지도 모르지만?”

 “... 그럼 정말 다행이고.”

 네가 내민 잔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켜 빈 잔을 만들어보였다.

 “헤에, 괜찮아?”

 “, 괜찮아. 고마워.”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거 같지만 또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했다. 여전히 쿨럭 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빨갛게 번진 부분을 피해서 조심히 눕고는 이불을 덮었다.

 “...나중에 이불 빨래할게.”

 “천천히 해도 되니까 지금은 자도 돼.”

 “...”

 네가 쓰다듬어주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도 너의 쓰다듬은 나를 안정시켰는지 금세 잠에 들 수 있었다.

 

 

목요일, 혹시... 네가 그랬어...?

 

 눈이 떠지고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일어나지 못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진 거 같은 압박감과 움직이면 파열될 거 같은 근육통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소... 오소마츠...!”

 옆에 있어준다는 사람은 어디 갔는지 열심히 눈동자를 굴려도 보이지 않았다. 없는 힘을 쥐어짜서 그를 불렀다. 내 부름이 그에게 닿기를. 목소리가 찢어져 또 다시 피가 난다고 해도 나는 지금 당장 너를 보고 싶었다.

 “서천쨩...!”

 내 부름에 답을 해주며 네가 와주었다. 너는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었다.

 “오소마츠... 나 몸이 안 움직여...”

 “, ...! 근육통이라도 심하게 온 거야???”

 “그런 거려나... 나 좀 일으켜 세워줄 수 있어...?”

 “, 어디가려고?”

 “병원이라던가... 가기로 했잖아, 오늘...”

 “... 그치만 서천쨩 오늘도 몸 안 좋은 거 같고. 내일 갈까?”

 “...?”

 더 이상 병원가기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병원에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왜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난 왜 저런 말을 듣고 있어야 하지?

 “...오소마츠.”

 “?”

 “그럼... 차 끓여 놓은 거 있어...?”

 “, ! 있는데~”

 “그거...”

 “줄까?”

 “...그거 왜 나 먹이는 거야...?”

 온 몸이 아픔을 호소하는 듯 눈물이 맺혔다. 한마디 하는 것조차도 이렇게 아픈데,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힘겹게 너를 바라보았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너는 이미 한 손에 그 차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야. 서천쨩이 얼른 나았으면 좋겠으니까.”

 정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는 그 말은, 이미 찢어질 거 같은 몸에 마음까지도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 . 낫길 바라면서 더 악화되어가는 걸 못 보는 거야? 정말 내가 이걸 마시면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마셔 줄 거지?”

 “....”

 아픈 것을 참고 천천히 일어나 네가 주는 것을 받아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에 차가 입 밖으로 새어나갔지만, 나도 그도 개의치 않았다. 또 다시금 졸음이 밀려왔다. 눈이 잠기기 전 나는 너에게 힘겹게 말을 걸었다.

 “혹시... 네가 그랬어...?”

 난 들려오는 답을 듣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금요일, , 내가 그랬어.

 

 그 질문에 대답은 꿈속에서 들은 거 같다. 그는 꿈속에서 빨간 옷을 입은 채로 내게 웃어보였다. 그 천진난만한 미소는 감출 길이 없어보였다.

 “, 내가 그랬어.”

 “왜 그랬어?”

 “그러게 왜 그랬을까?”

 “날 아프게 하고 싶었어?”

 “헤에, 아프게 한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날 위해 주는 척 독을 줬으니까.”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 처음부터 알아버리고 말았어.”

 “근데도 마셨단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주는 걸 어떻게 거부해. 설령 그게 독일지라도.”

 “뭐야, 그만큼이나 좋아하고 있던 거냐고-”

 “당연하지.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래? 솔직한 서천쨩 좋네~”

 “그래서... 날 이렇게 아프게 만든 소감은?”

 “으음~ 피 흘릴 때 조금 무서웠지만, 빨간색은 마음에 들었달까~”

 “그래...?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돼?”

 “아픈 채로 내 옆에 영원히 있어주지 않을까나.”

 너의 미소가 여전히 천진난만 한 채로 내게 다가왔다. 그 새빨간 미소에 점점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너는 닷새 동안 천천히 나를 너에게 못 벗어나게 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 해도 이곳에 있어줬을 텐데.

 “. 그렇다면 영원히 옆에 있어줄게.”

 네가 원하는 대로. 나도 새빨간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