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계절

[로미] Spring

글쟁이문어 2020. 2. 7. 11:04

[로미] Spring

 

 

또 다시 너와 함께, 이 분홍빛 길을, 걸어가고 싶어

 

 중학교 졸업한지 얼마나 됐었지? 아마 한 달? 2월은 너무 짧으니까 왠지 한 달도 아닌 거 같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멨다. 하지만 한 달 전과는 다른 교복, 다른 책으로 등굣길에 나섰다.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앙상했던 나무들이 입학하고 나자 분홍색 벚꽃 잎들로 물들어 있었다. 예쁘다, 사방 어디를 봐도 분홍빛인 이 거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사계절 내내 분홍빛이면 더 좋겠지만, 계절에 따라 색이 바뀌는 나무도 모두 예쁘기 때문에 이대로 시간이 흐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학교 등굣길 예쁘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봄바람보다 향긋하고 벚꽃 잎보다 부드러운 사람. 고개를 돌린 곳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

 “학교 입학하니까 어때?”

 “아직은 생소하고, 조금 익숙한 것도 같고. 그래도 이 등굣길 마음에 들어요. 고등학교 1지망인 여기 되어서 또 너무 좋고!”

 “, 나도 미마가 여기 온 거 너무 좋아.”

 내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나의 1지망 학교였다. 1지망인 이유야 정말 많았지만, 그 중 첫 번째는 쵸로마츠 선배가 이 학교학생이기 때문이었다. 선배랑 같이 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이 등굣길을 걷고 싶어서. 그래서 1지망 학교에 망설임 없이 이곳을 적었고 나는 이곳에 입학하게 되었다.

 “근데 선배는 내가 지금 등교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나 선배한테 등교한다고 연락한 거 없었는데?”

 “미마라면 이 시간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 생각한 대로 등교하니까 네가 보여서 옆에 온 거고.”

 “그럼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같이 등교할래요? 나 이제 고등학생인데!”

 “난 당연히 그럴 생각 이었는걸?”

 “정말요? 그럼 하굣길도?”

 “물론이지. 같이 하교할 생각이었어.”

 “난 좋아요!”

 나무가 사계절에 따라 색을 바꿔 입어도 선배는 계속 내 옆에서 변치 않을 것이다. 내년에도 등교하며 이 벚꽃 잎을 같이 볼 수 있겠지? 내년에도 부디 선배와 또 같은 봄을, 또 같은 분홍빛 풍경을 맞이하며 걸을 수 있기를.

벚꽃 잎에 마음 담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