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계절

[오소봄] Spring

글쟁이문어 2020. 2. 7. 11:03

[오소봄] Spring

 

 

흩날리는 벚꽃 사이로, 네 얼굴이 비춰 보이면, 비로소 미소가 흐르지

 

 봄바람이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잎도 바람에 흔들렸다. 바람을 타고 내린 수백 장의 벚꽃 잎이 푸른 하늘 위로 흩날려 내렸다.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 꽃잎 잡을 테니 사랑대신 소원하나 이루어주면 안 될까? 멈춰버린 바람에 내 바람 담아보며 손을 뻗었다. 다시 바람이 불어오면, 저 꽃잎 하나 잡을 수 있도록.

 시선이 바람을 따라 옮겨지고, 뻗은 손끝에 네가 보인다. 천천히 손을 내리고 너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내 시선이 닿은 너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 한참을 바라보다가 네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너를 닮은 계절이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모든 걸 녹일 그 봄이 우리에게도 왔다. 낭만이라곤 하나 없던 너의 말은 언제나 거짓 없는 투명한 진심이었지. 그런 네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해주었다. 나를 닮은 봄이라고.

나를 닮은 계절이라고.

 “오소마츠.”

 “?”

 “나 말이야-...”

 네게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말을 멈추었다. 흩날리는 벚꽃잎들에 파묻혀 네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거 같았다. 벚꽃잎에 파묻혀 너를 잃기 전에 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가 내게 다가와 손을 잡기 전, 또 다시 봄바람이 불어왔다.

 어느 로맨스 장면의 한 장면처럼, 분홍빛의 꽃잎송이가 멜로디가 되어 내 귓가로 날아왔다. 꼭 우리들의 시나리오를 써주는 것처럼. 봄바람의 각본가는 이야기의 끝부분을 장식하고자 내게 꽃잎 하나를 날려 보내었다. 마치 영화처럼. 네게 뻗었던 손 위에 벚꽃잎이 내려앉았다.

 “아까 뭐 말하려고 했던 거?”

 어느새 네가 내게 다가왔다. 지는 벚꽃잎과 다르게 피어오르는 이 가슴을 어떻게 너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아까 하다가 만 말을 다시 너에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가 벚꽃잎에게 소원을 빌 수 있으니까.

 “이 봄에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정말-”

 “, 잠깐 봄쨩 울어?!”

 “? , 아냐. 그냥. 그냥-”

 부디 이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부 온전히 전할 수 있기를.

 “그냥-, 너무 행복한 거니까.”

 “뭐야 정말... 나도 그런 기분이니까...”

 “나랑 같네. 우리 마음 맞은 거네-”

 기쁨으로 전한 이 눈물이 부디 승화하지 말고 결정이 되기를. 이 벚꽃잎에 미소를 담아 흩날리며 또 다시 소원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