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봄] Spring
[오소봄] Spring
「 흩날리는 벚꽃 사이로, 네 얼굴이 비춰 보이면, 비로소 미소가 흐르지 」
봄바람이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잎도 바람에 흔들렸다. 바람을 타고 내린 수백 장의 벚꽃 잎이 푸른 하늘 위로 흩날려 내렸다.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 꽃잎 잡을 테니 사랑대신 소원하나 이루어주면 안 될까? 멈춰버린 바람에 내 바람 담아보며 손을 뻗었다. 다시 바람이 불어오면, 저 꽃잎 하나 잡을 수 있도록.
시선이 바람을 따라 옮겨지고, 뻗은 손끝에 네가 보인다. 천천히 손을 내리고 너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내 시선이 닿은 너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 한참을 바라보다가 네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너를 닮은 계절이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모든 걸 녹일 그 봄이 우리에게도 왔다. 낭만이라곤 하나 없던 너의 말은 언제나 거짓 없는 투명한 진심이었지. 그런 네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해주었다. 나를 닮은 봄이라고.
나를 닮은 계절이라고.
“오소마츠.”
“응?”
“나 말이야-...”
네게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말을 멈추었다. 흩날리는 벚꽃잎들에 파묻혀 네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거 같았다. 벚꽃잎에 파묻혀 너를 잃기 전에 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가 내게 다가와 손을 잡기 전, 또 다시 봄바람이 불어왔다.
어느 로맨스 장면의 한 장면처럼, 분홍빛의 꽃잎송이가 멜로디가 되어 내 귓가로 날아왔다. 꼭 우리들의 시나리오를 써주는 것처럼. 봄바람의 각본가는 이야기의 끝부분을 장식하고자 내게 꽃잎 하나를 날려 보내었다. 마치 영화처럼. 네게 뻗었던 손 위에 벚꽃잎이 내려앉았다.
“아까 뭐 말하려고 했던 거?”
어느새 네가 내게 다가왔다. 지는 벚꽃잎과 다르게 피어오르는 이 가슴을 어떻게 너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아까 하다가 만 말을 다시 너에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가 벚꽃잎에게 소원을 빌 수 있으니까.
“이 봄에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정말-”
“엣, 잠깐 봄쨩 울어?!”
“응? 아, 아냐. 그냥. 그냥-”
부디 이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부 온전히 전할 수 있기를.
“그냥-, 너무 행복한 거니까.”
“뭐야 정말... 나도 그런 기분이니까...”
“나랑 같네. 우리 마음 맞은 거네-”
기쁨으로 전한 이 눈물이 부디 승화하지 말고 결정이 되기를. 이 벚꽃잎에 미소를 담아 흩날리며 또 다시 소원을 빌어본다.